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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에는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지만 누구나 구매할 수는 없는 앙대산맥 명품백이 있습니다. 바로 버킨백과 켈리백입니다. 이 2개의 백은 일정 기간 이상 에르메스 다른 물건들을 꾸준히 구매한 사람들 중 특정 기준을 넘겨야만 겨우 구매신청을 할 수 있고 신청하고 난 뒤에도 순서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한참 뒤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일단 1000만원 중반대부터 시작하고 비싼 제품은 몇 천만원대가 기본입니다. 왠만한 차 한대를 손에 들고 다닌다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사람들이 열광하고 버킨백과 켈리백을 찾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켈리백은 본래 다른 이름을 가지고 가방이었습니다. 에르메스의 사위인 로베르 뒤마라는 사람인 디자인한 백으로 기존에도 인기가 많았었지만 세기의 스타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임신으로 볼록해진 배를 가리기 위해 이 에르메스 백을 앞에 두고 찍힌 사진이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면서 이름이 켈리백으로 바뀌게 되었고 이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버킨백은 더 놀라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털털한 성격으로 유명한 시대의 뮤즈였던 제인 버킨이 1984년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에르메스 회장 장-루이 뒤마와 옆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당시 아이의 엄마였던 제인 버킨은 장-루이 뒤마와 대화를 하다가 아이의 물건을 수납할만한 마땅한 가방을 찾지 못해 속상하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장-루이 뒤마가 제인 버킨을 위한 토트백을 스케치했고 그렇게 버킨백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이 버킨백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켈리백과 함께 에르메스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켈리백의 주인공인 그레이스 켈리는 20세기 패션의 아이콘 중 한 명이었던 미국 배우입니다. 당대 활동하던 오드리 햅번과 마릴린 먼로와 함께 유명세를 떨쳤고 클래식한 느낌과 우아한 레이크 룩을 잘 소화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상류층 아가씨같이 고귀하고 백조 같이 기품 있는 이미지로 유명했는데 화보 촬영차 들린 모나코에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모나코의 레니에 3세가 켈리를 보고 매력에 빠져 12캐럿 다이아몬드를 선물하는 등 지속적인 구애를 펼쳤고 결국 둘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게 됐습니다. 결혼식은 1주일 동안이나 이어졌고 이후로 켈리는 그레이스 공비(Princess Grace)라고 불리며 연예계에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녀가 프랭크 시나트라에게 2달러를 선물받은 뒤 레니에 3세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2달러가 행운의 상징으로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기의 결혼에 비해 실제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왕가의 엄격한 규율과 전통은 켈리를 지치게 만들었고 프랑스어를 쓰는 모나코에서 언어의 장벽을 느끼면서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결혼 초기에 유산도 여러번 이어졌고 레니에도 알고보니 까다롭고 비위 맞추기 힘든 폭군 타입이었고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성격도 좋지 못했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 증세가 심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많은 나이가 아니던 52세에 딸이 운전하던 차를 타고 가다가 산비탈로 굴러 떨어지는 교통사고에서 큰 부상을 당하면서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됐습니다.
버킨백의 주인공인 제인 버킨은 영국 출신의 배우이자 모델, 가수였습니다. 1960년대 런던과 1970년대 프랑스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면서 뮤즈였던 스타였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배우인 어머니와 해군 소령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연극 단역으로 데뷔해 배우 겸 모델로 런던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프랑스로 넘어가 만난 세르쥬 갱스부르를 만나 인생이 달라집니다.
프랑스 국민가수였던 세르쥬 갱스부르와 연인이 되면서 가수 데뷔를 하게 됐고 그녀의 영국 악센트와 목소리가 프랑스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져 큰 인기를 끌었고 13년동안 세르쥬 갱스부르와 함께 하는 동안 가수로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세르쥬의 끊임없는 바람기와 마약과 술을 일삼는 삶이 제인을 지치게 만들었고 결국 결별하게 됐습니다.
이후 중년으로 접어든 80년대와 90년대에 배우로 절정을 맞아 프랑스 최고 권위 시상식인 세자르 시상식 후보에 3번 선정되었으며 거장 감독들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1985년에는 제42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영화 더스트로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가 되기도 했습니다.
패션 아이콘 뿐만 아니라 프랑스 아트하우스 영화 감독들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오면서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오면서 배우로서의 족적도 많이 남겼습니다. 가수로 3번이나 방한해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최근 콘서트를 앞두고 뇌혈관 문제가 발생해 치료하다가 안타깝게도 2023년 7월 16일 자택에서 별세하고 말았습니다.
평소 보부상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가방을 꽉꽉 채워다니는 습관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버킨백을 받기 전에는 가방이 금방 헤지고 망가져 자주 바꿨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싼 버킨백도 커스터마이징을 하거나 그냥 일반 가방처럼 들고 다닐 정도로 명품 가방에 대한 욕심이 없었습니다. 실제 본인이 들고 다니던 버킨백도 대부분 자선 경매에 기부해 소유하고 있던 가방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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